여행을 가면 사진은 물론, 그곳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들을 꼭 데려오는 편이다. 공연이나 전시도 마찬가지인데 하이라이트 장면을 상징하는 배지를 주로 모은다. 언젠가 예쁜 컨버스 천을 사서 배지로 수를 놓아 내 공간 한 편을 내어줄 생각이다. 특히 해외여행을 가면 전통의상이나 장신구 등 몸에 지니는 것을 사올 때가 많다. 하와이는 아무래도 업무 관계로 방문한 만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동료들 기념품을 후다닥 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캐리어 하나를 가득 채워왔던 만큼(캐리어도 샀다), 하와이 여행 후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념품들을 소개한다.
1. 마우나로아 마카다미아 초콜릿
주변인들 기념품으로 가볍게 주기 좋아서 한아름 사왔던 마우나로아 마카다미아 초콜릿. 어째서인지 단독 사진이 없지만 가장 많이 쌓여있는 파란 박스다. 구워서 수분을 없앤 마카다미아에 버터를 바르고 초콜릿으로 코팅해 만들었다. 실한 마카다미아가 달콤한 초콜릿 사이로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 글루텐 프리 제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밀크 초콜릿보다는 다크 초콜릿이 훨씬 맛이 깊고 마카다미아와의 조화도 잘 느껴졌다. 포장에 따라 10달러 안팎이었는데, 다크 초콜릿의 경우 역사다리꼴 모양의 컵에 들어있는 조금 더 고가의 제품으로 구매했다. 공항에서도 판매하지만 월마트 등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싸다. 단점은 부피가 크다는 것... 인근 할인점에서 캐리어를 구매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환율이 괜찮은 상황이라 로스에서 지인 선물 겸 샘소나이트 캐리어를 사서 담아갔다.
2. 스타벅스 파인애플 텀블러
앞선 게시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하와이 기념품으로 유명한 스타벅스 파인애플 텀블러다. 하와이 한정판으로 정확한 명칭은 '파인애플 스터드 콜드컵'이다. 외형이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밝은 노란색과 오돌토돌한 돌기로 되어있고, 빨대와 뚜껑 부분은 잎을 떠올리게 하는 시원한 초록색이다. 플라스틱 소재인데도 당시 세금 포함 26.44달러였는데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을 수 있다. 싼 편은 아니지만 24oz(710ml) 크기라 용량이 넉넉하다. 음료까지 넣으면 무게감이 꽤 있고 한 손으로 쥐기 힘들어서 사무실 등에 두고 쓴다. 쨍한 색감이 나름 인테리어용으로도 좋다.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압 효과는 덤이다.
3. 호놀룰루 파인애플 쿠키
마우나로아 초콜릿과 함께 지인들 선물용으로 구매한 호놀룰루 쿠키 컴퍼니의 파인애플 쿠키. 파인애플 모양의 귀여운 외형에 겉은 바삭하게 부서지지만 속은 살짝 촉촉해서 뻣뻣한 크래커보다는 버터리한 쇼트브레드에 가까운 식감이다. 베이스가 버터쿠키라 향이 진하고 고소한데 쿠키 속에 파인애플 조각 또는 잼이 들어있어 쫀득함과 상큼함이 가미되어 있다. 쿠키별로 코코넛이나 마카다미아, 초콜릿 등이 더해져 있는 것도 있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위 사진과 같은 세트를 15달러 정도에 구매했는데, 역시 저렴하진 않지만 신경 쓴 느낌을 줄 수 있는 선물이다.
4. 리턴 투 티파니 더블 하트 미니 목걸이
하와이 티파니앤코에는 '하와이 프라이스'라는 것이 있다. 미국 본토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는데, 약 8~9% 저렴한 특별가에 제공된다. 나에게 주는 선물로는 리턴 투 티파니 더블 하트 태그 펜던트 목걸이를 구매했다. 알라모아나 센터를 들렀을 땐 그곳 티파니앤코에 제품이 없어서 실망했는데, 정작 숙소였던 와이키키 비치콤버 아웃리거 인근 티파티앤코 지점에 물건이 있어서 떠나기 전 살 수 있었다. 심지어 직원이 친절한 한국 분이셔서 차담도 나누고 편하게 이것저것 착용해보고 고를 수 있었다. 상징적인 티파니 블루 색상에 키치한 하트가 데일리로 하기 좋을 것 같아 최종적으로 이 제품으로 골랐는데 잘 쓰고 있다.
2025년 5월 기준 티파니앤코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익스클루시브로 74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당시(2023년 12월) 250달러(세금 제외)에 구매했다. 가격이 거의 두배가 뛰어서 당황스럽다. 당시 미국 다른 지역에서는 290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하와이 프라이스로 250달러에 살 수 있었다. 지금은 강달러라 하와이 프라이스가 얼마나 상쇄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구매를 고민하고 있었다면 살펴볼만 하다.
5. 하와이 씨솔트팜 소금 세트
하와이에서 산 제품 중 만족하면서 아직도 잘 쓰고 있는 바다소금 세트. 코나에 위치한 씨솔트팜에서 시식을 해보고 정말 맛있다고 느껴서 홀린 듯 샀다. 칠리페퍼 맛 소금은 놀랍게도 소금에서 짠맛과 매운맛이 동시에 난다. 포케볼 소금은 채소와 과일 등 포케와 잘 어울리는 소금이라고 들었는데 좀더 복잡다단한 맛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비큐 맛 소금에서는 훈연한 바베큐 양념 맛이 나서 고기와 정말 잘 어울린다. 기회가 된다면 더 사고 싶다.
6. 하와이안 셔츠와 각종 배지, 자석
하와이안 셔츠는 하나 꼭 사와야지 했는데 시간에 쫓겨서 꼭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지는 못했다. 아쉽지만 그럭저럭 여름에 시원하게 걸칠 수 있는 무난한 셔츠를 로스에서 약 13달러에 샀다. 나름 밴딩이 들어가 있어서 여성스러운 디자인인데, 다음에 가면 세상 화려한 오버핏 셔츠로 사고싶다. 휴양지나 페스티벌 등에서 입기에 좋은 걸로. 밑에 사진은 맥주집, 기념품숍 등 곳곳에서 사모은 아기자기한 배지와 마그넷, 스티커 등. 하와이 여행의 기억도 내 자아의 캔버스 한 편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겠지.
나중에 깨달았지만 이때의 여행에선 번아웃의 그림자에 눌려 하와이의 아름다움을 100% 즐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혼자 파고 있던 우물에서 한 발을 딛고 나올 수 있도록 해준 소중한 계기가 됐다. 세상은 넓고 사람이 사는 방식은 수만가지라는 것을, 우린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지금 하는 고민은 사실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
Mahalo, Hawa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