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음악에 대한 단상
지친 하루의 끝에 들이키는 맥주의 달콤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입안에 가득차는 맥아의 풍미와 톡 쏘는 탄산이 시원하게 식도를 훑고 내려갈 때 느껴지는 자기파괴적 쾌감. 삼십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은 옛날처럼 술을 대하진 못하지만, 좀더 어릴 때의 나는 단연 '맥주파'였다. (지금도 소주보단 소맥을 좋아한다.) 대학생 때는 배도 안 부른지 혼자서 3,000㏄도 마셨으니까. 술에 취하는 게 좋다기 보단 맥주 자체가 기호성에 맞았다. 크게는 상면발효, 하면발효 여부에 따라 에일과 라거로 나뉘지만 첨가물에 따라 그 향도 맛도 어찌나 다양한지. 거의 맥주의 바다에 빠져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과 예술은 또 떼어놓기 어렵다. 친구들과 맥주를 들이키면서 동아리방에서 귀가 얼얼하도록 음악을 듣고, 아무 권위도 없는 주제에 최고의 밴드가 누구니 논하던 게 대학시절의 낙이었다. (내가 맘대로 지어낸) '흥청멍청' 상태가 되면 간혹 정신은 흐릿하지만 감각이 예민해지고, 영감이 떠오를 때도 있는데 그땐 혹시 스쳐갈까 다급히 노트를 펼쳐 일기든 가사든 써내려가곤 했다. 해가 떠오르고 제정신이 들면 못 봐줄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그중 일부는 내 노래의 가사가 되기도 했다. 그 노래로 나름 경연대회에서 수상도 했더랬다. 사실상 맥주와 함께 쓴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카카아코 맥주 자전거 투어
장황하게 맥주예찬을 늘어놓은 이유는 오아후섬의 밤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투어를 추천하기 위함이다. 이름하여 '파라다이스 페달(Paradise Pedals)'의 맥주 자전거 투어다. 굉장히 독특한 구성을 갖춘 프로그램인데,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와이 여행 코스에 넣길 바란다. 15인승 자전거를 타고 음악을 들으면서 호놀룰루에서도 예술로 유명한 카카아코 지구 도로를 질주할 수 있다. 자전거 최대 속도는 시속 5마일 정도다. 신나게 페달을 밟다보면 로컬 브루어리가 나오는데, 총 3곳에 정차해 일행들과 하와이 맥주를 즐길 수 있다. 한 곳당 35분~40분을 보낼 수 있는데 한잔씩 마시기에 딱 적당하다. 총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하와이 주법에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술을 마실 순 없다고 한다.
일행끼리(최대 15명) 아예 자전거 전체를 대여할 수도 있고, 모르는 일행과 함께 페달을 밟을 수도 있다.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양조장 여섯 곳 중 세 곳을 들르게 되는데 '호놀룰루 비어웍스(Honolulu Beerworks)', '알로하 비어 컴퍼니(Aloha Beer Co)', '와이키키 브루잉 컴퍼니(Waikiki Brewing Company)', '하나 코아 브루잉 컴퍼니(Hana Koa Brewing Co)', '빌리지 보틀 숍 앤 테이스팅 룸(Village Bottle Shop&Tasting Room)'이 대상이다. 물론, 각 브루어리에서 먹고 마시는 맥주, 안주 값은 별도 지불이다. 카카아코 바 투어 가격은 성인 45달러다.
이중 우리 일행이 방문한 곳은 '하나 코아 브루잉 컴퍼니', '와이키키 브루잉 컴퍼니', '호놀룰루 비어웍스'였는데 각 브루어리마다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각기 한 마디로 정리하면 '힙하다', '친숙하다',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정도? 각 브루어리 후기는 별도 콘텐츠로 다룰 예정이다. 우리 일행과 함께 자전거를 탄 서양 소녀들은 막 성인이 된 것 같았다. 자전거 중간에 있는 댄스 스테이지(?)에서 취기와 함께 끼를 발산하는 모습(그녀들의 선곡은 '바비걸')이 풋풋하고 활력이 넘쳤다. 그녀들이 아는 BTS 노래를 같이 부르며 누빈 밤거리의 풍경이 선하다. 아울러 우리 운전기사는 한국계 청년이었는데 사는 얘기를 나누고 SNS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런 게 여행의 진정한 묘미 아닐까.
스트릿 아트의 메카, 카카아코
카카아코(Kaka'ako) 지역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과거엔 산업 지구였지만 최근 빠르게 변화해 트렌디하고 현대적인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예술과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맞을 것. 오아후섬의 중심부로 호놀룰루 다운타운과 와이키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생동감 넘치는 스트릿 아트로 유명하다. 매년 국제 아트 페스티벌 '파우와우 하와이(Pow! Wow! Hawaii)'도 열린다. 이 기간에는 전 세계의 이름 있는 스트릿 아티스트들이 모여 건물 벽면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린다. 카카아코를 거닐다보면 거리 곳곳에서 독창적인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솔트 앳 아우어 카카아코(Salt at our kaka'ako)' 등에 상점을 비롯해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다.
<파라다이스 페달 하와이>
전화번호 : 808-397-7066
출발장소 : 816 Queen St. Honolulu, HI 96813
홈페이지 : http://paradisepedals.com